갤럭시 워치8 혈당, 비침습 방식의 정확도는 어느 정도일까?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 환자 수가 증가하면서 일상 속 혈당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혈당 측정 방식은 손가락 끝을 찔러 혈액을 채취해야 하는 침습적 방법으로, 매일 수차례 반복해야 하는 사용자에게 통증과 불편함, 감염의 위험을 동반합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스마트워치를 이용한 비침습적 혈당 측정 기술은 중요한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피를 뽑지 않고 손목 위에서 실시간으로 혈당을 확인하는 기술은 편의성을 넘어 많은 당뇨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에 대한 관심이 큰 만큼, 그 ‘정확도’에 대한 검증은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합니다. 본 포스트에서는 스마트워치에 적용될 수 있는 비침습 혈당 측정 기술의 원리를 분석하고, 현재 기술 수준에서 정확도는 어느 정도이며, 상용화를 위해 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비침습 혈당 측정 기술의 핵심 원리: 빛을 이용한 분석

현재 비침습 혈당 측정 기술의 핵심은 ‘광학 센서’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기술은 ‘라만 분광법(Raman Spectroscopy)’입니다. 이는 채혈 없이 혈당 수치를 파악하기 위한 접근법으로, 삼성전자가 MIT 연구팀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라만 분광법을 이용한 혈당 측정 원리 문제 해결

라만 분광법은 특정 물질에 레이저 빛을 쏘았을 때, 그 물질의 분자 고유 진동에 의해 빛이 산란되는 현상을 이용하는 기술입니다. 물질마다 빛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활용하여 그 물질의 종류와 양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 레이저 조사: 스마트워치 후면의 센서에서 피부를 향해 특정 파장의 레이저를 발사합니다.
  • 신호 감지: 레이저 빛이 피부 아래 혈관 속 혈액과 만나 산란될 때, 혈액 내 포도당(glucose) 분자로 인해 발생하는 고유한 라만 산란광을 센서가 감지합니다.
  • 데이터 분석: 감지된 라만 신호의 세기와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포도당 농도가 높을수록 포도당 고유의 라만 신호가 강하게 나타나므로, 이를 통해 혈중 포도당 농도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비접촉 사축 라만 시스템’과 같은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혈당 예측의 정확도 지표인 상관계수를 높은 수준으로 확보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라만 분광법은 다른 광학 기술에 비해 특정 물질을 구분하는 능력이 뛰어나 혈액 속 수많은 성분 중 포도당 신호만을 선택적으로 감지하는 데 유리합니다.

라만 분광법 외 다른 비침습 측정 기술

라만 분광법 외에도,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다른 방식의 비침습 혈당 측정 기술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근적외선 분광법(Near-Infrared Spectroscopy): 특정 파장의 근적외선이 포도당에 흡수되는 정도를 측정하여 혈당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라만 분광법과 함께 가장 많이 연구되는 기술 중 하나입니다.
  • 광음향 분광법(Photoacoustic Spectroscopy): 피부에 레이저를 쏘면 포도당 분자가 빛 에너지를 흡수하여 미세한 초음파를 발생시키는데, 이 음향 신호를 측정하여 혈당을 추정하는 기술입니다.
  • 역이온 삼투 요법(Reverse Iontophoresis): 미세한 전류를 이용하여 피부 아래 간질액에 포함된 포도당을 피부 표면으로 끌어올린 뒤, 이를 센서로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어떤 기술이든 피부의 상태, 체온, 땀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오직 혈당 변화만을 정확하게 감지하는 것이 공통적인 기술적 난제입니다.

비침습 혈당 측정 기술의 정확도와 기술적 한계

비침습 혈당 측정 기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 ‘정확도’입니다. 측정값이 정확하지 않다면 의료 기기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기술 수준과 상용화를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들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연구 단계에서 보여주는 정확도 수준

라만 분광법을 이용한 비침습 혈당 측정 연구들은 실험실 환경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러 연구에서 기존 혈액 채취 방식의 측정값과 비침습 방식의 측정값 사이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R²(결정계수) 값이 0.83에서 0.91에 이르는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비침습적 측정이 실제 혈당 변화를 상당히 잘 반영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측정 오차를 나타내는 지표인 MARD(Mean Absolute Relative Difference) 값 역시 중요합니다. MARD는 기존 혈당 측정기 값 대비 백분율 오차의 평균을 의미하며, 수치가 낮을수록 정확도가 높다는 뜻입니다. 현재 상용화된 최소 침습 방식의 연속혈당측정기(CGM)들은 일반적으로 8~10% 수준의 MARD 값을 보입니다. 일부 비침습 기술 개발 스타트업은 자사 기술이 MARD 7% 수준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통제된 환경에서의 결과이며,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임상 데이터와 검증이 필요합니다.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

높은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비침습 혈당 측정 기술이 스마트워치에 즉시 탑재되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한 기술적, 제도적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 신호의 미세함: 혈액 내 포도당이 발산하는 광학적 신호는 매우 미약하여 주변 조직(수분, 단백질, 지방 등)에서 발생하는 훨씬 강한 신호와 구분해 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 개인차 문제: 사람마다 다른 피부 두께, 색깔, 수분량, 혈관 분포 등은 빛의 투과율과 산란에 영향을 미쳐 측정값의 오차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용자에게 일관된 정확도를 제공하기 위한 정교한 보정 알고리즘이 필수적입니다.
  • 생리적 지연: 대부분의 광학 방식은 혈관 속 혈액이 아닌 피부 아래 조직의 간질액(ISF)에 포함된 포도당을 측정합니다. 간질액의 포도당 농도는 실제 혈당 변화보다 약 5~15분 정도 늦게 반영되는 생리적 지연(Physiological Lag)이 존재하여, 급격한 혈당 변화 시 정확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 의료기기 규제: 혈당 측정 기능은 사용자의 건강과 직결되므로, 각국 식약처(FDA 등)의 엄격한 의료기기 허가 및 승인 절차를 통과해야 합니다. 이는 기술 개발만큼이나 상용화에 있어 중요한 과정이며, 상당한 시간과 임상 데이터가 요구됩니다. 삼성전자 역시 이러한 의료 규제 통과의 어려움을 비침습 혈당 기능 미탑재의 주요 원인으로 언급한 바 있습니다.

비침습 혈당 측정 기술의 현재 위치

삼성전자는 비침습 혈당 측정 기술 개발에 상당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기술 개발이 진행 중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가까운 시일 내에 완전한 형태의 비침습 혈당 측정 기능이 스마트워치에 탑재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기술적인 난제와 의료기기 승인이라는 높은 장벽을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완전한 의료기기 수준은 아니더라도 혈당 ‘추세’를 모니터링하거나, 고혈당 또는 저혈당 ‘위험’을 알려주는 보조적인 기능으로 먼저 탑재될 가능성은 논의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혈당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최종당화산물(AGEs) 수치를 측정하여 장기간의 평균 혈당 관리 상태를 보여주는 방식이 고려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당뇨병의 진단이나 치료 목적이 아닌, 건강 관리 및 생활 습관 개선을 돕는 웰니스(Wellness) 기능으로 접근하는 전략입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비침습 혈당 측정 기술의 정확도는 아직 의료기기를 완전히 대체할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라만 분광법을 중심으로 한 광학 기술의 연구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실험실 수준에서는 높은 정확도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용화를 위해서는 개인차 극복, 생리적 지연 문제 해결, 그리고 엄격한 의료기기 규제 통과라는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피 한 방울 없이 손목 위에서 자신의 혈당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기술은 여전히 연구 개발 단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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